옛 블로그에 쓴 글 2
내가 보름달의 이미지를 사랑하고 내 내면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게 이때부터였겠구나
쓰던 소설에서도, 내가 감정이입하던 인물은 달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이때 감성이 풋풋하고 좋았었다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첫 학기의 방학이 다 끝나갑니다.
2주만 더 있으면, 다시 2학기의 준비를 하고 바쁘게 공부하며 살아야 합니다.
조금은 일상과 학업에 휘둘려 바빠지는 것도, 제게는 약일 것 같습니다.
방학도 처음 한 달 정도는 공부도 열심히 하며 보냈습니다.
텝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 JLPT N1을 준비하기 위한 일본어 공부, 프로그래밍 공부.
조금씩 하는 것도 한순간일 뿐, 어느 순간 더이상 손을 대지 않게 됩니다.
반쯤만 남은 문제집이 쌓여갑니다.
책도 꽤 많이 읽었습니다.
아니, 많이 사두었다고 하는게 맞을까요. 완독을 한 책은 없습니다.
다만 의예과 수료요건인 독서일지 제출을 위해 조금씩 읽고는, 감상문을 작성하고, 다시 펼치지는 않습니다.
책을 구입한 목적이 끝나게 되면 더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평소에 즐길 수 있는 게임 하나를 만들어보려고, 잠깐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에 빠진 적 있습니다.
어느정도 목표치인 220레벨을 달성하고 나니,
과금과 낮은 스펙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만 게임을 접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렇게 간절히, 그리고 열심히 하루 14시간씩 쓰면서 달려왔는데,
장벽을 마주하자 마자 손을 놓아버리는 나는 도대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가 -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국 게임을 삭제하고는 '저 게임은 시간과 돈 낭비야'라는 심산으로 게임을 접은 제 자신을 정당화합니다.
언제나 질리는 이 패턴이 그토록 싫었습니다.
언제나 저는 비슷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얼마 없고,
해봐야 유머 블로그와 유튜브 안에서 흘러다니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맴돕니다.
이럴 때마다, 더이상 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제가 저를 마주보고, 진정 자신으로서 있을 수 있는곳을 어떻게 해서든 찾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사실 지금 조금씩 글을 올리고 있는 이 블로그도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입시 이후 주변 인간관계가 산산히 무너져내려, 유난히 불안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들은 내용을 정리하며,
다양한 글을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벽에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조금씩 풀어나가는 글이, 정서적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되어주었고,
다양한 학습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는 것도 느낍니다.
다른 공부, 게임 등은 질려서 접게 되더라도, 유난히 이곳은 오랫동안 놓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뭐든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지요.
하지만, 조만간은 끊임없이 이 곳을 통해 제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왠지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듭니다.
왠지 모르게 당분간은,
조금 더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해야 더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질지 계속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는 저와의 대화를 허락하는 이곳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다른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편이 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곳은 제 내면을 마음대로 풀어내리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남 보여주기 조금은 부끄러운 것도 있거니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면, 무언가 가식적이거나 내세우는 것으로 단어들이 가득 채워져,
내가 진정한 나를 비추어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깨끗한 거울과 같은, 조용한 이 공간이 좋습니다.
물론, 제 민낯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아주 조금만 부끄러울 뿐,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저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저에게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알아가는 사람에게도,
알려주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가벼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전하는 이야기는, 희망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애들 장난처럼 순수하게 끄적여보는 단편적인 생각의 파편들도 있습니다.
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절망스러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를 고쳐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 있습니다.
누구나 일찍이 겪는 과정이겠지만, 저는 그를 늦게 겪는구나 하고 받아들여 주세요.
어떤 경로로든,
제 내면의 공간인 이곳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남겨드리는 말씀입니다.
조금 부끄러운 글들은 서로이웃에게만 공개하도록, 혹은 비공개 처리하였고,
조만간 소원해진 여러 블로거나 광고 블로거들을, 서로이웃에서 일반 이웃으로 격하할 생각입니다.
조금의 시간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에는 다시 말을 걸어주세요.
오늘 아침, 블로그 새 단장을 했습니다.
기존의 분위기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밝은 하늘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별로 수놓은 밤하늘 가운데,
푸른 밤하늘에 은은히 내비치는 만월의 모습을 최대한 그려냈습니다.
블로그의 이름 또한,
기존에 사용하였던 'NONE'에서 'Luna Plena'로 바꾸었습니다.
이는 라틴어로 보름달을 의미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라고 하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습니다.
프로필 사진도, 구름 사이에 붉게 걸린 달의 그림으로 갈아치웠습니다.
확실히, 달은,
이상하게도,
상당히 묘한 느낌을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묘하게 두렵고 안정되지 못한 정서와 같은 심상을 풍기어 내면서도,
결코 강렬하지 않은 은은한 빛의 힘으로 온갖 물상을 비추이는 존재.
마주 바라보고 있으면 나의 내면까지 아프지 않게 비추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르게 기대고 싶은 그런 근원적인 편안함이 느껴지는 존재.
제가 생각해왔던 이 공간의 이미지에 가장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였던, 그다지 유래 없는 게임 속 NPC의 그림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달이 의미하는 것은 나를 더이상 숨기지 말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배경음악도 4곡정도 깔아보았습니다.
제가 음악에 식견이 있거나 듣는 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딴에는 호수에 잔잔히 깔려 비치는 달의 이미지와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제 마음의 문을 두드려 열어줄 수 있게 될 선율이 생겨서 좋습니다.
다 정리하고 둘러보니, 꽤나 마음에 듭니다.
이곳을 언제까지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8월의 잎이 모두 떨어지고 9월로 접어들게 된다면 저는 굉장히 바빠질 예정입니다.
저번 학기와 마찬가지로 23학점이나 되는 많은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강좌를 많이 수강하게 되었으니, 상당히 고생하겠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알아가게 되겠지요 -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정부의 부당한 의사 정원 확대 지침에 따라,
제가 소속된 의과대학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본과 4학년 선배님들부터 예과 1학년 동기들까지,
다양한 시위를 벌이고, 최근에는 집단 동맹 휴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 또한 예비 의료인으로서 이에 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맞서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당분간 저의 힘,
그리고 저의 훌륭한 정서적 외장장치가 되어줄 이 공간에게,
이번에도,
한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