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顧] 되돌아보다/언제나의 일

analogy : 현실과 가상의 나

천매 2022. 2. 4. 07:11

세상에 있는 서로 다른 여러 일들은 서로 잘 '대응'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대개 analogy라고 한다. 

 

 

물리학에서 이야기하자면 용수철 진동계와 RLC 진동계는 변수들이 동일한 구조에서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RLC 진동계를 단순 스프링을 첨가한 뉴턴역학으로 잘 설명할 수 있고 역도 가능하다. 

 

동형사상이라는 표현은 조금 큰 과장이려나...

 


 

그렇기에,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한쪽에서 일어난 일로 다른쪽의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번 「마녀의 샘3」 플레이 하면서 느낀게 있다면, 

현실 세계에서 적용되는 인간관계 역학과, 게임 내부에 존재하는 그것간의 analogy를 정말 잘 설계했다는 것이다. 

 

주인공 보면서 그녀석이 처한 상황이 완전히 옛날의 나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감정이입하여 선택의 기로에 설때마다 오직 내 방식으로 처세하였다. 

그리고 얻게 된 결말은, 내가 실제 현실 세계에서 마주한 것과 아주 똑같은 방식이었다. 

그것을 보고 아주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상은 사람들 저마다에게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부여한다.

그렇게, 세상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역할과 각본을 가지고 삶의 무대에서 놀아나게 한다. 

그리고 어떤 환경들은, 그 속에서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악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있기도 하다. 

물론 그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실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 대부분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것 같은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그 사람은 내면의 선택지를 강요받는다.

─자신이 그동안 당해온 것을 속으로 삭이며, 그리고 앞으로도 당할 고난을 그대로 마주하며 나아갈 것인지

─자신이 그동안 당해온 것을 그대로 돌려주며, 그리고 당하는 것이 아닌 「범하는」 입장이 되어 살아갈 것인지

 

나는 내 삶에서, 결코 당하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폭압 앞에서 날개 꺾인 천사가 되기보다는, 그 이상의 힘으로 맞서는 악마가 되기로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남아왔다. 

욕 한마디 먹으면 두마디로, 내 기분이 상하게 하면 그쪽에는 처절한 절망으로 되갚으려는 마음가짐이었다. 

나는 세상이 던져주는 각본을 덥석 물고선 그 손바닥 아래서 아주 잘 놀아나게 된 셈이다. 

 

 

 

플레이어 캐릭터를 배신했던 용병의 애원을 무시하고 죽이는 선지를 선택한 후 할머니로부터 검은 마녀의 옷을 받을 때,

순수한 흰옷만을 입어왔은 주인공이 그 광기에 물들어갈 때 왠지 모를 동질감과 동시에 희열감에 휩싸였다.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기 때문이었으며, 나처럼 망가져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몰입이었다. 

 

나는 그때 받은 검은 마녀의 옷이,

언젠가 내가 「고등학교 기숙사의 내 책상에 남기게 된 어느 메모」와 아주 교묘한 analogy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머리를 식히기 위해 게임을 잠시 종료하고 잠자리에 잠시 눕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음이 다 망가져버린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마음을 닫고, 모든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였던 자기다짐의 메모.

역시나 내가 조종하는 플레이어 캐릭터도 해당 분기 이후, 마치 인간 사냥꾼이라도 되듯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죽여나가기 시작하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녀석에 빙의하기라도 한듯이 그 상황은 더없이 즐거웠다. 

 

 

 

그래, 나는 세상이 내게 던져주는 무대에서, 눈앞에 놓인 가장 받아먹기 쉬운 각본만을 그대로 받아먹고 살아왔다.

다시말해 큰 일을 할 사람으로는 전혀 글러먹은 것이다. 

 

 

 

게임 스토리 작가가 이런 반응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지금껏 살아온 것과 아주 똑같은 결말을 보여주다니,

─하고 허망한 웃음뿐이 나오지 않아 오늘 밤을 샜다. 

 

치킨값정도 하는 게임주제에 이렇게까지 내게 크고 신선한 정신적 충격을 주다니 예상하지 못했다. 

 

 


 

본과 올라가기 전에 이거 트루엔딩은 꼭 내 손으로 찾아서 봐야겠다. 

내 과거 삶의 anaolgy는 다 정리하고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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