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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硏 Ⅰ] 연구하다 - 교양/언어학

심리의 문장 처리 - Garden path sentences

by 천매 2021. 9. 3.

알고리즘 타고 가다가 반가운 이명학쌤을 보았다. 

나도 syntax를 고3 2월쯤에 재미있게 들었다. (물론 바빠서 끝까지 듣지는 않았다)

syntax가 '구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어학에서의 '통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대학교 1학년에 이르러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Z88WXiEDQ 

 

문장을 보고 나서 '이 그림들은 요청받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안녕히계세요라고 명학T는 말했었다. 

 

 

 

물론 주어를 Those 'drawing(그림)'으로 보면 were이 오는 것은 이상하다. 

다만 처음 읽을 때 저기에서 바로 위화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수 복수 일치 등의 문법사항은 언어 사용자가 큰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주요한 어문규범은 아니다. 주어를 조금만 길게 말하다 보면 원어민들도 쉽게 틀리는 부분이다... 

 

오히려 일반적인 영어에 숙달된 사람은 이 문장을 Those drawing were 까지는 그대로 '이 그림들은'으로 받아들인 후에야, 뒤쪽에서 의미가 이상해지는 asked to redraw their last picture 쯤에서 읽기를 멈추고 한참 망설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조금 고민한 후에야 주어로 그림을 그리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후 Those가 주어이고 drawing이 그를 한정수식한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이렇듯이, 읽던 도중 잘못된 후행 단어 예측으로 인해 막혀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는 문장들을 영어권에서는 Garden-path sentences라고 한다. 

(물론 위의 문장은 수일치를 민감하게 생각했다면 옳은 주어를 미리 잡아낼 수 있는 문장이므로 garden-path sentence라기엔 애매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s 붙고 안붙고와 같이 그렇게 기계적인 어문규범을 따져가며 글을 읽는 사람은 없다... 언어 사용자는 문장의 형식보다는 중요 문장성분의 품사와 같은 '의미'에 집중하며, 가령 형식에 집중한다고 해도 단어가 배열된 통사구문에 집중하지 개별 단어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래에 몇 예시들을 가져왔다. 

20 Examples of Garden-Path Sentences

These are probably going to trip you up, or at least give you pause.

  1. The horse raced past the barn fell.
  2. The old man the boat.
  3. The florist sent the flowers was pleased.
  4. The cotton clothing is made of grows in Mississippi.
  5. The sour drink from the ocean.
  6. Have the students who failed the exam take the supplementary. 
  7. We painted the wall with cracks.
  8. The man who hunts ducks out on weekends.
  9. The raft floated down the river sank.
  10. When Fred eats food gets thrown.
  11. Mary gave the child the dog bit a Band-Aid.
  12. The girl told the story cried.
  13. I convinced her children are noisy.
  14. Helen is expecting tomorrow to be a bad day.
  15. Fat people eat accumulates.
  16. I know the words to that song about the queen don’t rhyme.
  17. She told me a little white lie will come back to haunt me.
  18. The dog that I had really loved bones.
  19. That Jill is never here hurts.
  20. The man who whistles tunes pianos.

출처 : https://www.apartmenttherapy.com/garden-sentences-262915

(위의 링크에 있는 포스트는 위와 같은 문장들과 관련하여 좋은 설명을 제시하므로 읽어보면 좋다)

 

저런 문장들은 사실 독자를 배려하여 잘 쓰인 문장은 아니다... 처음부분만 읽으면 자신에게 익숙한 전개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가령 15번 문장의 Fat people eat를 읽을 때, 당연히 독자들은 다음에 올 '명사'를 기대한다.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문장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바로 accumulates가 온다. 그리고 한참 다시 읽고 나서야 people eat이 안겨있는 절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영어 사용자라면 절대로 문장 앞의 fat people eat을 볼 때 '사람들이 먹는 지방이라는 뜻이구나'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보다 자연스럽고, 보다 개연적인 해석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장의 구성을 인지하는 과정은 이와 같은 가용성 휴리스틱을 따른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문장들은 읽는 것이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작년 들은 언어학 교양 pdf 중

한편 이 주제는 문장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어 연구가 많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저런 통사적으로 헷갈리기 쉬운 문장들을 가져와서 강의하는 것은 좋다. 

'문장을 잘못 해석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지나친 괜한 겁주기가 아닐까 싶다.

저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그리고 나조차도, '아, 저 문장 앞부분의 Those drawing were을 보자마자 주어가 those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조금 우려된다. 

자연스러운 언어처리과정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일반적인 언어 사용자는 의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어문규정에 신경쓰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구문의미 자체에 신경을 쓰기때문에 저런 문장을 처음 잘못 읽고 다시 읽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면 강조해야 했어야 할 점은 

  '표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꼼꼼히 해석을 잘 해야 해!'가 아니라

  '의미를 잘 따져보고 이상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해!'가 되었어야 바람직하다. 

 

물론 저 사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수능 영어는 전후맥락이 전무한 채로 글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문장이 복잡하고 지시표현이 매우 복잡하게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것과 같은 문장 해 방법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어려운 글들에 대해서 그저 읽어내리는 것 이상으로 매끄러운 의미 파악을 요구하기는 몹시 어렵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 자체도 많거니와, 영어 문장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어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텍스트 전체 의미 파악에 익숙하지 못하다면, 결국은 시험지에 주어진 글을 어떻게든 희미하게 '이해'라도 할 수 있는 저런 방법론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문장 이해와는 조금 멀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못된 문장들을 예시로 들어가며 학생들을 위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괜한 강박관념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한국의 수능 영어시험은, 물론 잘 구성된 문제들이지만 재미있는 특징이 있는데

실용적인 영어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간혹 수능 영어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용적인 것들도 많이 물어본다. 듣기파트나 앞쪽 독해문제들이 그것인데, 그런 것들만 출제하면 아무 변별기능이 없다.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어라는 언어를 빌린 '언어학 퍼즐'을 많이 물어본다. 

 

문제들을 살펴보면 출제의도로 생각되는 부분이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을 걸쳐 골고루 퍼져있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이 되는 것 중 형태와 통사는 극히 일부분이고, (물론 이걸 못하면 글을 아예 못읽는다 ㅋㅋㅋㅋ)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핵심이 되는 것은 순전히 의미-화용론이다. 

문장들 사이의 의미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어 킬러문제들을 관통하는 모든 핵심... 

 

그리고 그건 많이 읽어야 길러진다

 

 

 

<개인적인 생각 요약>

저 문장은 문법적으로 잘못되었는가? - (X)

저 문장이 독자들에게 불친절하게 쓰였는가? - (O)

저런 문장을 시험에 출제한 것은 잘못인가? - (X)

'Those drawing were'를 읽자 마자 주어를 옳게 파악해야 하는가?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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