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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 즐기다/문학15

소동 - 안희연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왔다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어제는 우산을 가방에 숨긴 채 비를 맞았지 빗속에서도 뭉개지거나 녹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퉁퉁 부은 발이 장화 밖으로 흘러넘쳐도 내게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다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지워진 사람 누군가 썩은 씨앗을 심은 것이 틀림없다 아름다워지려던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어긋나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 기침할 때마다 회 가루가 폴폴 날린다 이것 봐요 내 영혼의 색깔과 감촉 만질 수 있어요 여기 있어요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 다 그만둬버릴까? 중얼거리자 젖은 개가 눈앞에서 몸을 턴다 .. 2021. 10. 22.
네웹 공모전 입구컷 당했다는 만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woohajin&logNo=222537878930&navType=by 최강자전 냈던 백합 만화 공모전 입구컷 당함 blog.naver.com 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재미있는데 2021. 10. 21.
눈사람 자살 사건 - 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 위에 누워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 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2021. 9. 8.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알렉산드르 푸쉬킨] https://www.youtube.com/watch?v=XGu87cEmmR8 고딩때 좋아했던 시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Не печалься, не сердись! В день уныния смирись: День веселья, верь, настанет. Сердце в будущем живет; Настоящее уныло: Всё мгновенно, всё пройдет; Что пройдет, то будет мило. - 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https://www.culture.ru/poems/5833/esli-zhizn-tebya-obmanet 마음은 미래에 살아가는 것, 그렇기에 현재는 항상 우울한 것. 좋다 2021. 9. 5.
RE:제로에서 생각해볼만한 점 : 부모가 자식에게 던지는 설명 리제로 볼 때 생각해볼만한 포인트가 있는데,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1기 2쿨 부분이다. 그 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스바루가 에밀리아를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꾸미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에밀리아를 욕하는 기사에게 맞서거나, 에밀리아가 스바루에게 크루쉬의 영주에 머물러 가만히 요양하라는 약속을 깨고 백경을 치고 페텔기우스 중심의 마녀교도를 치는 사건 등등이 그렇다.) 스토리 플롯의 특성상, 스바루는 여러 차례의 반복되는 죽음을 경험하며 자신이 하는 어떤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고, 어떤 날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모두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능력을 이용하여 앞으로 에밀리아에게 찾아오게 될 좋지 않은 사건들을 미리 원천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바루가 세계의 사건에 개입하는 과정은 에.. 2021. 8. 19.
인물이 남기고 간 잔재 : 옛 서사문학의 프로토콜 https://blog.naver.com/msk9711/222459452051 기독교 개그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 blog.naver.com 위 글의 내용과 크게 관련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 보니 떠오른 것인데 서사문학에서 주인공 ─ 혹은 영웅 혹은 전설처럼 여겨져오는 인물의 기이한 행적을 이야기할 때 수단과 과정보다는 결과 자체에 집중하여 이야기가 서술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읽으면 영웅이 되었다가 신이 되었다가 도사가 되었다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의 행적도 현실로 따져보면 나쁜 행위가 되기도 하고 형법에 의해 엄히 다스려져야 마땅한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이나 신격 문학의 핵심 인물은 그 마음가짐은 동경할만한 대상이 되어 마땅하지만 결코 그 행동은 본받을만하지 못.. 2021.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