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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달을 줍다 지금으로부터 한두 해나 조금 더 된, 과거의 일이었다. 땅에 떨어진 새끼 마물이 가여워 품 안에 몰래 거두어 온 적이 있었다. "이 바보같은 녀석, 그거 당장 이리 내! 아주 씨를 말려야 한다." 나는 내가 속한 의 단장에게 면박을 당하고 있었다. 십수명 쯤 되는 우리 대원들이 나에게 처분이 내려지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낯짝에 두른 감정은 제각각이었다. ─한심함, 귀찮음, 분노, 성가심, 짜증스러움, "맞아! 저번에 스톤 바이퍼가 침입해 뒷산의 셸터가 궤멸한 일은 너도 기억하고 있잖아?" 어린 나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너머로 마물을 데리고 내려오는 것이 금지되어있다는 것쯤은. 지하 셸터는 인류의 절대 성역. 빼앗길 수 없는 영원의 터전이었다. 우리에게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 2023. 10. 1.
Prologue (어차피 이제 여기 쓰는 사람 없겠지) 원컨대 오늘은 달이 푸르지 않기를. 원컨대 구름이 너무 검지는 않기를. 원컨대, 달이 외로워 흐느끼는 일이 없기를. 하지만, 하늘은 나약한 인간의 바람과 기도 따위에 무관심한 법. 오늘도 창공에 걸린 달에선 하염없이 마물이 쏟아져 내린다. 지상으로 마구 쏟아져 내리는 검고 사악한 기운의 대열. 사람들은 그 마(魔)의 행군을 달의 눈물에 빗대었다. 15년 전, 하늘에 푸른 달이 나타났다. 나와 동갑인 그 달은 하늘을 다 덮을 정도로 새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천체가 나타남과 함께, 재앙은 시작되었다. 낯선 괴물에게 하늘을 빼앗긴 인류는,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땅밑으로 숨어들었다. 그 이래로, 인류는 지하 문명을 일구었다. 모두들 지하의 삶에 익숙해진지 오래. .. 2023. 9. 30.
의학물 의학물이나써야지 소재는 뭐뭐가잇을가 생각날때마다 여기 씀 2023. 5. 24.
명심하세요 구원받기를 원한다면 그곳에는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2023. 4. 12.
한계 언제나와 같은 시험기간. 소화기학 중간 시험을 10시간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의대 공부를 할 때 다양한 병의 이름과 특징은 그저 외워야 할 하나의 항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아무리 정들려 해도 정들기가 어렵다. 공부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은, 일단 시험에 나왔을 때 답을 추려낼 수 있을만한 특징적인 소견들을 줄줄이 외우는 것뿐. 심지어 웬만한 병들은 풀네임도 모르고, 맨 앞 3글자 정도만 따서 적당히 외우는 경우도 많다. 사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나의 태만이 그저 시간이 짧은 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언젠가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장질환(IBD)에 관한 문제를 푼다. 치료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막히는 부분이 있어 욕지거리를 하며 괜히 인터넷을 .. 2023. 2. 17.
부계 https://blog.naver.com/hartzge 본격 부계정의 부계정... 자투리 낙서 글들이 올라올 수도 있고, 안 올라올 수도 있고... 모두 이웃공개글입니다 2022.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