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顧] 되돌아보다

8/17 일과

by 천매 2021. 8. 17.

0. 열 두 글자로 기술된 문장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다만

우리 한국어의 단어와 통사는

열 두 글자의 행만으로 의미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열 두글자씩 나열한

소설이나 시도 인터넷에서는

최근 조금 유행하는 모양이다. 

 

이 일기는 암묵의 룰에 의거해

모든 문장을 열두글자로 구성

 

1. 수강신청에 관한 우여곡절

일주일에 공강이 여섯날이다

오늘의 수강신청은 성공이다. 

 

저번주에 서버가 터진 바람에

오늘 다시 시작한 것이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수강신청을 강행하는

학교의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큰 논란거리로

자리잡아 지금도 싸우고있다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데

나는 PC방을 늦게 갔던지라

15분이 되어서야 접속했다

 

그런데 20분이 다 되어서도

서버에 접속이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28분쯤에

로그인창이 보이는 것이었다

서둘러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로그인 버튼을 누른 지 1분 후

수강신청 페이지에는 안전히

들어갈 수가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최후 30초를 앞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는데

시간이 되어 버튼을 눌러봐도

수강신청을 실패했다는 알림

그리고 수만명이 대기중이란

로딩창만 띄워져있던 것이다.

 

아주 빨리 클릭한 사람 일부는

이미 수강신청을 마쳤다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은

로딩 자체가 먹통이 되었는데

이 때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면

되는 사람은 갑자기 된다 하고

안된 사람은 계속 안된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선

서버가 열려있으니 지속하란

공지만 내려왔을 뿐이었는데

성공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이 일로 크게 논쟁을 벌였었다

 

나는 요행껏 성공했기 때문에

이대로 유지되는 것이 좋겠다

내심 그렇게 생각도 했었지만

운이 나빠 실패한 여러 사람은

이게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러 논변을 폈는데 들어보니

그들의 말도 대개 일리있었다.

 

이번 일은 비단 학생들 사이의

조그만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이 사회 전반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준

재미있는 사회현상이었는데

 

어디까지가 자신의 능력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노력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힘이 닿는

범위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우리 세상에 명확한 답은 없고

그저 나라에서, 혹은 위쪽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려고 하는지

그것만이 오직 중요히 여겨져

생산적인 논의가 있기보다는

나쁜 결과를 피하려는 것만이

사람들에게 중요해진 것 같다

 

모쪼록 오늘 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 없이 사필귀정으로

구제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무튼 나의 2학기는 편안한

방학과도 같은 삶만이 남았다.

뭐를 하고 놀지 차차 생각하자

 

 

2. 근면하고 나태한 날의 진동

"OSCILLATION"은

물리학에서 진동을 의미하는

역학 용어인데 내 일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번 방학처럼 한가할 때

한 사흘정도는 꽤 근면히 살고

지치기 시작하면 나흘을 논다

다시 삘받으면 또 근면히 살고

질리기 시작하면 또 놀게 된다

이 현상은, 나의 근면한 정도가

시간에 따라 일정 주기를 갖고

진동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어 공부를 안한지 오래고

쉬는 동안엔 동방을 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핵융합을 듣다가

그게 또 질리니까 뒹굴거린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마는, 물론

이걸 고쳐야겠다는건 아니다

그저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여

언제 내가 놀고 공부를 하는지

미리 예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실없이 적어본 것이다.

'[顧] 되돌아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후 계획  (0) 2021.06.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