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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by 천매 2023. 9. 30.
(어차피 이제 여기 쓰는 사람 없겠지)
 
 
 
 
 
 
 
 
 
 
 
 
 
 


 

원컨대 오늘은 달이 푸르지 않기를.

원컨대 구름이 너무 검지는 않기를.

원컨대, 달이 외로워 흐느끼는 일이 없기를.

 

하지만, 하늘은 나약한 인간의 바람과 기도 따위에 무관심한 법.

오늘도 창공에 걸린 달에선 하염없이 마물이 쏟아져 내린다.

 

지상으로 마구 쏟아져 내리는 검고 사악한 기운의 대열.

사람들은 그 마()의 행군을 달의 눈물에 빗대었다.

 

 

 

15년 전, 하늘에 푸른 달이 나타났다. 나와 동갑인 그 달은 하늘을 다 덮을 정도로 새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천체가 나타남과 함께, 재앙은 시작되었다.

 

낯선 괴물에게 하늘을 빼앗긴 인류는,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땅밑으로 숨어들었다.

그 이래로, 인류는 지하 문명을 일구었다. 모두들 지하의 삶에 익숙해진지 오래.

 

하지만, 인간은 무심한 운명의 굴레와 폭압 앞에 보란듯이 거슬러 보이는 존재.

하늘을 되찾기 위해 <맨홀>을 드나드는 자들을, <비둘기>라고 불렀다.

 

나도 지금 이 순간, 땅에 널부러져 하늘을 올려다보는 비둘기였다.

단 한번도 내것이었던 적 없는 하늘을 그리워하는 비둘기였다.

 

이렇게 살점이 뜯겨나가면서도, 피로 땅을 적시면서도

땅위로 아등바등 기어올라와야 했던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하루에 한번씩 노을로 붉게 물드는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수도 모르고 유아등에 뛰어드는 불나방의 인생은,

어쩌면, 이걸로 영영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예상치 못했다. 상처가 유난히 깊었다.

목을 잘못 물렸는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숨이 다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을을 볼 수 있었으면'

 

때가 늦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목에 걸린 유리 펜던트를 꽉 쥐고서, 힘없이 눈을 감는다.

 

오늘도 푸른 달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와는 달랐다.

 

어느샌가 인기척이 들어 눈을 떴다.

누군가 내 머리맡에 앉아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료, 필요해?"

 

어눌하게 인간의 말을 하는 페어리.

퍽 푸른 빛이 도는 눈동자. 달무리와 같이 맑고 투명한 날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떠오른 심상은,

─영락없는 <푸른 달>이었다.

 

내가 달을 주운 것은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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