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까지 과외를 하던 애가 수능을 봤었다고 했는데
수능 이후로 아무 연락이 없어서 시험을 망친 것으로 알고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하나 하면서
오늘 점심에 내가 밥을 사려는 명목으로 불렀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능을 상당히 잘 본 모양으로
지방에 있는 아무 약대를 뚫을 수 있는 점수가 나왔다고 하는데
국어만 조금 망치고 나머지 과목을 모두 잘 본 모양이다
6월 9월의 점수가 처참하기에, 이번에 많이 불안하게 생각하였는데
정말로 좋은 점수가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주변에 재수해야하는 애들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리고 자기는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지어낸 이야기같지는 않고 정말 시험을 잘 본 모양이겠지
아무튼 그래서 나는 밥을 사고, 애는 커피를 답례로 사고
나는 준비해간 소정의 용돈과 (평소 한 달 과외비의 70%선)
짧은 응원의 말이 적힌 쪽지를 붙인 과자를 선물했다.
나때문에 시험을 못봤던거면 어떡하지 하고 많이 고민했는데 오늘은 기분좋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약대에 정말로 들어간다면 얘도 과외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말로는 자기는 실력이 안된다고 하는데 무조건 그런 것 같진 않다
(어중간한 인서울 대학 일반 과 다니는 애들도 멀쩡하게 과외를 하는데...)
아무튼 걔가 하는 말이, 내가 제공하는 과외는 조금 특이한거라 아무나 따라할 수 없겠다고 평가하는데
확실히 보통 과외를 한다면 특정 문제집이나 컨텐츠를 강의자가 정해주면 수강자는 그것을 공부하고
강의자는 미리 강의를 준비해온 것으로 문제를 알려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애가 일주일동안 학교에서 풀다가 몰라서 가져온 아무 과목의, 아무 문제집의, 아무 문제를 알려주는 형식으로 수업을 했는데
여러모로 커버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식이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강의를 제공해줄 수 있었던 것 같고
아무리 수도권의 전문적인 과외라고 해도 이만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하고 이 힘은 조그만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열심히 게임하든 뭐하든 놀고, 아무데나 놀러다니는 모양이다
큰 일이 있은 후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여유가 정말로 즐거운 사람
그리고 다소 씁쓸한 여유를 누리는 사람
혼자만의 의지로 큰 일을 잘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기분문제는 기분문제다
그런고로 애가 입시를 잘 성공해서 다행이란 생각이긴 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