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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顧] 되돌아보다/언제나의 일

1/13 근황

by 천매 2022. 1. 14.

 

해부 OT를 마쳤는데

 

조만간 본과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을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흘간 수업에서는 방대한 내용을 암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들여서 모든 내용을 암기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태반도 제대로 풀지 못하였다.

 

문의한 바 등수도 상당히 뒤쪽에 있었다. 

아직 내 암기 책략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고,

같이 공부하는 애들의 수준이 지나치게 괴물같은 탓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등학교에서, 갖가지 날고 긴다고 하는 애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홧김에 소아온 1기, 총 25화를 한번에 몰아서 봐버렸는데

 

주인공들이 도대체 무엇때문에 저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도대체 뭣때문에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어쩌면 현실보다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상세계에 안주하는 대신에 현실세계로 돌아가려고 하는 고난의 과정을 그렇게 걸어나가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삶에 대한 집착이 사실 그렇게 강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살아온 환경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온갖 것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고

온실 속 화초로 자라왔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정신적으로 아주 위태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을 가족들이 어떻게든 커버해줬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2년간은, 학업에 부담도 없고 마음도 편안해서, 잠시 그런 것을 잃고 살아온 것 같다. 

내 마음은 약한 바람에도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앞으로, 빠르게는 한달 후, 서울에 올라간 후부터는 나를 둘러싸고 보호하던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 

세상에, 바로 홀로 던져져버린다는 것이다. 

딱히 그 누구도 나의 안위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며,

매우 경쟁이 치열한 이곳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고통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나의 잘된 일을 싫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세상에 살아가서 정신력을 모두 소모해도 내가 하소연하고 기댈 곳은 딱히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한달 남짓,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나가야 할지를

그 모든 것들을 명확하게 생각해두는 것이다. 

앞으로 4년을 도망칠 수 없다면, 그 상황에 맞게 어떻게든 거짓으로든 내 자신을 세뇌시켜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정신력이 다 닳아버려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걸 도대체 의학도가 하는 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경멸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평소에도 죽음을 입에 달고 산다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세상이 아름답다고는 하는데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를 최근 2년간 알지 못했다.

모험도 아니고 도전도 아닌, 회포도 없고 감정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일과만 반복하면서 나는 최근 살아왔다. 

 

높은 산을 오르고 올라

그 인고의 과정을 거쳐 끝내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서 겪는 그 황홀경 

최근 내게는 그런 경험이 지금껏 없었다 

 

앞으로 1달간은 내게 그런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내가 生에 대한 집착을 다시 되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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