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외
이녀석이 원서를 쓸 때가 왔다.
내가 처음 이 친구를 보았을 때는 3등급대가 여럿 나오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2.3정도로 마무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과외학생의 모든 공부 내용에 대한 컨트롤이라기보다는(기숙사에 살아 주말에만 나오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냥 그때그때 아무거나 모르는거 물어보거나 서류 정리가 필요하면 도와주는 정도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르친 이후 최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는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지만 내 탓은 아닌 것 같고, 이 부분은 애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부는 내가 해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2.3~4 수준이면... 부모님은 재수해서라도 의대를 바라고, 애는 일단 생기부는 약대로 모두 맞춰놓고, 실질적으론 취업이 되는 아무 곳이나 가길 희망하는 것인데
수시로 그것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몹시 무리가 있는 내신 성적이다.
새로 생긴 약대가 치대/한의대/수의대 미만의 유인을 가진다고 가정할지라도, 가장 낮은 한의대도 70%컷은 1점대 초반이다.
이름 없는 학교의 수의대도 70%컷은 1점대 초반이다
2점대 초반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애는 느끼게 될 것인데, 적잖은 좌절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약대를 셋 쓰고, 교대를 추천서 받아서 써보고, 나머지는 화공이라든지 편한 것을 쓰거나 학교 간판 좋은 아무 과나 쓸 모양인 것 같은데
대개 안정적인 티켓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자신이 내신이 조금 안좋으니 교과를 써서 최저가 높은 곳으로 골라 쓰겠다고 벼르는데
수능이 잘 나올 것에 그렇게나 자신이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까지 모의고사 나온 것과 6월 모의고사를 생각하면, 3합 5라든지 4합 6~7이라든지 하는 (최상위권 최저가 아닌 그냥 적당히 높은 최저) 것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6월까지는 신나게 점수를 쳐말아먹고는 9월에는, 수능에는 나아지겠지.... 하는 것인데
실제로 갑자기 수능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얘는 꽤 설렁설렁 하는 애같고, 이미 마음 속으로는 재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과탐은 요새 만진 적이 없어서 감을 다 잃었단다. 답이 없다.
(여담인데, 고3 원서 접수철에 정시 준비하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내가 과2 과목을 잘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진심인 사람들은 모두들, 중학교때부터 한 과목을 맹훈련해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 고교만 하더라도, 정시 준비하는 애들 중에 뭔가 멋져보이는 요소가 있고 자신은 특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갑자기 과2를 고르는 애들이 있었는데, 적당한 과목 봤으면 평타라도 쳤을 표점을 나락으로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재수로 향하는 하이패스이다. 심한 과목은 전국에서 100명 안에 들어야만 1등급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강남과 대치의 전문적인 학원가에서 최고의 기술과 문제풀이 경험을 제공하는 강사진 휘하의 수강생들이 가져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얘를 아무리 보아도 불안스러울 따름인데
내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관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2. 상경
내일은 아침 5시에 일어나 7시에 기차를 타고 9시에 도착하여 청소와 짐 정리에 온 시간을 쏟은 후,
19시에 검사를 마치고 21시에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타서 24시에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매우 바쁜 하루가 될 것이며 나는 12시부터 잠에 청할 것이다.
3. 학생회 회의
홈페이지 개설 방안 등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방학동안 매우 바빴다.
쓸데없는 토론같기도 한데 그래도 일을 시작한 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가능한 모든 가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학교 시스템과 드라이브를 관리하는 부서는 대개 에스컬레이터식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나는 내년에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의학 공부에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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