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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 즐기다/영상예술

《요스가노소라》 후기

by 천매 2021. 12. 6.

세간에서는 더러운 소재로 이름난 작품이다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의 지나치고 빈번한 관능적 관계 묘사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여러 루트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근친연애라는 다소 불쾌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몹시 개연적으로, 그리고 아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생각한다. 

여러 인물간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선을 바탕으로, 왜 그들이 근친연애를 하게 되었는지를 감상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납득시키고 있다. 

 

이야기 외에도, 작품의 중요한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에서 배경에 드리우는 음악의 선율이 매우 좋았다. 

그 선율은 시골의 고즈넉한 정경과도, 그리고 인물들의 내면 감정과도 어우러지는 완벽한 조화였다. 

 

https://youtu.be/8otf9vjjlFg

 

점수는 9/10점을 준다. 

조금 덜 변태같았으면 10점인데 ㅋㅋ

 

 


 

카스가노의 집은 다소 특수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부모가 죽고 난 후 소라에게 남은 것은 가까운 혈연인 하루 뿐이었겠는데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살다 뒤늦게 만나 같이 살게 된 그들은 남들이 보는 것처럼 단순한 남매 관계는 아니였다. 

 

사람은 본디 사랑받을 수 있는 어딘가로 귀의하려고 한다. 

어릴 적에는, 그 기댈 곳은 부모가 있는 곳이 되겠지만 부모가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다.

 

다만 이와 같이 가족에 의지하는 것, 이것은 '마음을 둘 곳'을 찾는 유아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녀는 사춘기를 겪고 이것저것 알 나이가 되어서도 그 유아적인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소라가 항상 들고다니는 토끼 인형이 바로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겠다. 

 

하지만 그 애착의 결과는 결코 '아타리'를 뽑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그 유아적인 애착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 

 

주인공 하루는 사람들과 부닥치는 과정에서 다른 이성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 속에서 사랑을 한다

그렇게 자신이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줄 대상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소라는 그렇지 못했다. 어느 상황이 되어서도 자신의 애착이 향하는 곳을 돌리지 못했다. 

그리고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하루와 다른 이성간의 관계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그때 벼락이 치던 날 토끼 인형은 타오를 것이었다 

하지만 나오가 몸을 던진 덕분에 타오르지 않은 채로 다시 그녀에게 돌아갔다. 

그를 계기로 얼마간, 겉으로는 소라는 나오와 하루의 연인관계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다시 받은 인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단순한 유아적 애착이었던 것에서

진심을 담은 주체적인 사랑으로 바뀌기까지의 발돋움하는 감정과 행동의 묘사도 몹시 좋았다. 

 

 

문제의 장면 1. 

하루가 자신에 연심을 품고 있는 소라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것

 

그 이후로 하루는 사랑을 줄 곳을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이끌리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소라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문제의 장면 2 : 현관합체. 

이 작품에서 반장이 보이는 행동은 근친연애와 그 성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세간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런 종류의 사랑은 다수의 진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진정성을 수없이 의심하게 한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지점은 혈연관계라는 바로 그 점

소라는 그에 개의치 않았지만 하루는 갈등이 많았다

 

 

 

그래도 헤어질 수 있어? 아니면, 그렇기에 헤어질 수 있어?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나오가 하루에게 던진 말. 

 

소라의 연심을 뿌리칠 것인가

아니면 소라의 행복을 위해 그 연심을 뿌리칠 것인가

 

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요구하는, 결과론적으로 동일한 양자택일의 궤도를 벗어난 선택을 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다는 신사 뒤편의 호수로 뛰어든다. 

하지만 살아남는다

 

그들이 죽어 삶을 다시 시작하는 비극적인 전개는 없었지만

그들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먼 여정을 떠난다.

 

 

정말로 그 호수는 그들을 새로 시작하게 해준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일까.

 

 

 

하여튼 이 이상한 일을 둘러싼 반 친구들의 대화는

멀리 떠나 자신들만의 길을 찾게 된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물음에는 긍정을 던진 이도, 부정을 던진 이도 있었다.

누구든 세상의 힘에 떠밀려, 마음속 선택을 못하고 살아온 적이 있기에

그렇기에 그들을 긍정하기도 하고 

또 그렇기에 그들을 부정하기도 한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살아온 배경 나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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