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나한테 부끄러운 글을 들키고선(근친을 굳이 금지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인데...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고찰의 글이었는데 제딴에는 부끄러웠나보다) 급발진하고 블로그 폐쇄하길래 달아놓은 글인데
지금 생각하면 공개처형인가?
그녀석 몇달 전 수능 치렀겠구나... 잘 했으려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저런 면으로 볼 때, 저는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평범한 한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개체의 수는,
소위 '던바의 수'로 150명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 수가 20은 넘기려나 모르겠군요.
제 사회적 지능은 그만큼,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 조금의 갈등, 마찰만 있어도 힘들어져요. 저는 이런 일들을 다루기 어려워하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소모하는 감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는 언젠가부터 인간관계를 형식적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전혀 무관심하도록, 그렇게 익숙해져 왔습니다.
제가 주변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는 척해도,
그것은 내 옆에 남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감정 때문일까요.
다소 가식적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느낍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오래전부터 주변 인간관계는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안 좋은 기억이 뒤따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경험은 상당히 적게 되었지요.
지금도 저는, 평소에 발화를 할 때 쓰는 단어의 수가 매우 한정적입니다.
밥, 물과 같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말은 입으로 거의 꺼내지 않거든요.
많이 하는 게 있다면, 혼잣말로 욕은 많이 하려나요. 꽤나 습관이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에도, 웬만해서는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들어만 주는 편입니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그다지 좋은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상당히 어눌한 편이기도 합니다. 일상생활 대화도 많이 더듬는 편입니다.
나는 그 정도로 발화되는 말에 대해서는 취약한 존재입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 잘 섞여갈 수 있는 문화를 누리는 사람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애들이 축구를 하고, 신나게 몰려서 축구 경기를 볼 때에도, 저는 그러한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연예인 하나쯤은 좋아하지요. 다들 누군가의 사진을 들고 다니고, 앨범을 사고, 뮤직비디오를 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대중가요에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아는 노래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다만 제가 향유하는 문화는 극히 소수적인 면에 몰려있으려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를 접해와서, 이쪽 문화만을 집중적으로 누려왔습니다.
이러한 문화 수용자들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시선은 그다지 달갑지는 않지요.
고등학생 때도, 정말 힘들 때, 이러한 소재들로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 속내를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거의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하루에 십수 시간 공부하고, 잠드는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또한, 낯부끄럽지만 이쪽 문화 안에서도 더 마이너한 계열을 파고 있었기도 합니다.
중학생 때부터, 로리물과 백합물 계열의 작품을 자주 즐겨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자제하고는 있지만, 이런 류의 작품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누가 알게 된다면 꽤나 창피한 일이지요.
그래서 거의 모든 순간을, 저는 이러한 취향을 숨겨오고 살았습니다. 가족들도 모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이런 나에게 있는 가치는, 아마도 학교 내신공부와 수능 공부뿐일 것이라, 작년까지는 그리 생각해왔습니다.
어떤 애들이 엿먹으라는 소리로 자주 하고 가는 말이 있었거든요, 너는 공부 아니었으면 병신이었다고.
실제로, 뭐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저의 아이덴티티가 그것뿐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을요.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입시와 잘 맞는 사람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정말 유리하게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연히, 나쁘지 않은 대학과 학과에 들어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망가져버린 인생 습관은 그대로로 남아있는 상태였지요.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이,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연유였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블로그를 꽤 여러 번 운영하였습니다.
초등학생 때, 마인크래프트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였지요. 일상적인 내용을 주로 다뤘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 때, 동방프로젝트 관련 내용으로 내용을 바꾸어 블로그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별로 좋은 것들은 아닌 것 같아, 중3 때 관련된 내용을 모두 삭제하였지요.
그때 운영하는 블로그는, 정말 내가 아닌 가식적인 느낌의 내용을 모아놓은 블로그였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일기장과 같이, 내 생각을 적어놓은 블로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정말로 성인이 되고 대학교에 들어왔으니,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요.
하지만 저는 이전에도 그렇고, 사실 글을 잘 쓰는 타입은 아닙니다.
지금도 보시다시피 문체도 그렇고, 대개 아무 의미 없는 말의 반복이며, 군더더기 표현이 많이 있지요.
다만, 내 생각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저에게는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 번도 제 생각을 어디에 표현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글로 적으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정말 글 하나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몇 줄을 쓰는데 몇십 분을 퇴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글은 그다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깔끔한 글을 잘 못 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까지 근 40분 가까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보시다시피 이야기하고 말하는 내용도 많이 왔다 갔다 하지요.
단어 선택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신중한 단어 선택이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대충 아무 말이나 지껄여놓고, 적당한 사진만 몇 장 불법으로 가져다 붙여 넣으면, 대충 이곳의 글이 만들어져요.
제가 보아도 한심하지요.
또한 저는 전혀 논리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혹시 제가 논리정연하게 쓴 것 같은 글이 있다면, 다시 보면 웬만하면 수업 요약정리 글이겠지요.
이미 정리되어 있는 글을, 한 번 더 재구성 한 내용이니까요.
(이미 온전한 글을 무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겠지요)
또한 제가 논리학, 프로그래밍, 그리고 언어학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논리, 파이썬... 거의 관심 없습니다. 배운지 오래되어 지금은 연역과 귀납이 뭔지도 헷갈립니다.
단지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는 건, 제 학교 성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죠.
성적이 안 나오면 장학금도 못 받고, 기숙사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크니까요.
제가 테니스 수업을 들었다면 테니스 이론만 적었을 거고, 요가 수업을 들었으면 요가 이야기만 했을 거예요.
우리 학교의 어떤 일본 대중문화 수업을 들었다면, 저는 애니메이션 이야기만 했을 거예요. 그걸 배우니까요.
논리학은 사실상 제 관심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와 관련된 것은 제 진솔한 생각을 담은 글도 아니에요.
이렇기에, '글은 쉽게 써야 한다'와 같은 말을 보면, 제 이야기인 마냥 찔리기도 합니다... 아니, 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읽어온 글이라고는, 책은 거의 없고, 웬만해서는 비문학 문제집, 문학 문제집, 그리고 나무위키가 전부거든요.
그래서 이런 글의 조각들이, 별로 좋지 못한 저의 언어회로를 거쳐서, 유치하면서도 현학적인 척하는 글이 되지요.
그래서 저는 제가 쓴 옛 글을 보면 한숨만 납니다. 바보같거든요.
그래도, 저는 그다지 고쳐쓰기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렇게 조금은 완전하지 못한 제 글의 모습이, 바로 저의 온전한 모습이니까요.
사실 이 공간에 있는 저도, 최대한 이상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객관성에서는 저에게서 한참 벗어난 기술이지요.
이런 식으로 이곳의 저는, 제 단점을 모두 메꾼 사람인 척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부족합니다.
그래도, 굳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 누구나 '바보'같은 면은 있으니까요.
저는 완벽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완전한 저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저는 철학을 거의 모르고 또 관심이 없어서 모르지만, 철학을 하려는 어떤 사람들의 바보같은 면은 그거이려나요.
무조건적인 이상을 추구하려 해요. 철학의 본질 자체가 그런 면이 있지요.
그리고, 단 하나의 정해진 답,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가가려 해요.
그렇게 이상을 구하려 발버둥 치다가,
자신이 원하는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그걸로 되게 혼자 괴로워해요.
옆에서 지켜보면 꽤나 안타깝지요.
우리는 이상적인 존재가 될 수 없고,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그 이상이 뭔지 알기 위해 철학을 하는 건데,
목적이 잘못되었지요. 이상이 되지 못해 괴로워한다니. 부끄러워한다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진열대에 늘어놓으면 될 텐데,
모든 겉표면에 하나라도 더 많은 보석을 붙이려 해요. 그게 자기 자신일까요?
뭐 그래도, 이런 점은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힘들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위기의 시기'를 겪을 때, 대개는 두 가지 길을 간다고 하죠.
하나는 쾌락주의예요.
그냥 힘든 주변 상황은 무시하고, 쾌락적인 것들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나아가는 거죠. 저는 이쪽에 속했어요.
한편 다른 하나는, 금욕주의예요.
이상을 추구하는 거죠. 어떤 이상이 있다는 것을 믿고, 빈약한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한없이 부정하는 거예요.
...보통의 사람들은 전자의 길을 가겠지요.
하지만 저는 후자의 길을 가려는 소수의 사람들을, 누구보다 응원합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정말로 '위기의 시기'를 버텨내고 나면,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조금 더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하세요.
물론, 자기가 원하는 바에 조금씩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 좋겠지요.
요새 정신이 없습니다.
물론 시험 기간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이 많군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또한 답이 늦었다면 죄송해요.
또한 저는 이곳을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을 좋아해 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왕래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굳이 숨을 이유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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