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로 읽은 바 정령환상기에 등장하는 언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령
1. 일본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에서의 언어 : 일본어
2. 이세계로 전이한 후 자신이 사용하게 되는 언어 A
3. 라티파를 데리고 아인의 영역으로 와서 듣게 되는 언어 B
소설에서는 이세계로부터 전이한 인물들은 본래 일본어 구사자였으나 세계를 넘어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언어 A에 익숙한 화자로 몸이 바뀌어버린다. 다만 여전히 일본어 언어지식은 남아있다.
또한 이 일본어와 언어 A의 격차는 주인공이 소설에서 라티파가 자신과 같은 세계에서 넘어온 사람임을 인지하게 하는 장치로서 작용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언어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단순히 하기 위해서 일본어와 언어 A를 온전히 같은 것으로 한다.
다만 라티파의 내력을 알게 하는 장치는 현실 세계에 대한 지식 - 가령 스파게티, 혹은 도쿄 등에 대한 지식이다.
한편 이번주 정령환상기 1기 5화에서 아인들이 언어를 구사하는 장면이 묘사되었는데 이것은 일본어(인간족의 언어)와 다른 것이다. 다만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인간들과 유리된 신비한 존재들이라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람의 말소리를 역재생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여러 고유명사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만 뒤집은 것 같다는 점이다)
말을 뒤집었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뭐냐면, 아인들의 언어가 아무리 들어도 폐에서 공기를 내보내는 소리가 아닌, 폐로 공기를 들여보내며 발성하는 소리값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에서 pulmonic ingressive(폐로 마시는 소리)가 유의미한 음소로서 의미를 형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있어봐야 유럽의 어느 지방에서 '후웁' 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 긍정의 '네'와 비슷한 역할을 하거나 하는 정도이다.
이 점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상자들에게는 상당히 이상한 것으로 다가온다.
좋은 시도인지, 아니면 감상을 방해하는 시도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수고는 확실히 덜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5화는 소설의 여러 내용이 매우 압축적으로 제시되어있다. 요리를 하거니 검술의 대련을 하거니 정령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거니 하는 부분에서 생략된 부분이 매우 많다.
2권의 80%정도 지점 되는 곳에서 마무리되었는데, 다음 20%정도의 내용이 매우 큰 것이라 그 부분의 액션신과 서사 구성의 밀도를 최대한으로 올릴 작정인 것 같다. 모두 계산이 되어있겠지...
그나저나 내용을 다 알고 영상으로 다시 접하는 것은 나의 글로 확인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재미있고 설레는 경험이기도 하면서도 흥미가 조금 떨어지게 하는 不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3권까지 봐버렸는데 아마도 9화까지의 내용일 것이다.
4권은 아껴놔야겠다. 그동안 리제로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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