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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 즐기다/영상예술

어설픈 공존 - 단편영화 [대안수학]을 보고

by 천매 2021. 7. 20.

https://youtu.be/hcIPgWh9l28

 

다양한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조금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관점[진리로 믿어지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 

 

2 더하기 2가 22가 된다고 믿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진리인 정답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상대주의적인 입장은 여러 반박에 직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수의 원리는 여러 진리들로 알려진 것들 중에서 가장 기반에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세상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다. 

 

진리에 의해 세상이 규제받는 것은 ─ 소수자[2 더하기 2가 22라고 믿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자이면서 약자일 수 있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적어도 2 더하기 2가 22가 되는 세상에서는, 모든 주장이 동등하게 평등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 세상에서는 서로가 가진 관점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논하는 것을 거부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빚을 지고, 후에 자신이 그런 빚을 진적 없다고 내빼면, 그 거짓말과 약자의 참말이 대립한다. 

하지만 다양한 진리가 용납되는 세계에서는 그 강자와 약자 중에서 누구의 주장이 참인지 생각하는 것이 거부된다. 

이럴 때 세상은 정글의 법칙에 의해 ─ 다름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 규제된다.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모두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맺은 약속들 ─ 그것들이 정당화되게 해주는 것이 진리 체계이다. 

그 규제 아래에서만 사람들은 자신의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위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여러개 있겠는데... 

 

하나는 거대 권력 혹은 언론(뉴스 만드는 곳 아님...)에 의해 무엇이 진실인지가 왜곡되는 일에 대한 경고가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관점도 옳다고 주장하는 PC주의자들을 비판하는 의중이 있겠다. 

 

후자의 경우라면 다소 허수아비 때리기일 수도 있는데, 수와 그 연산 체계와 같은 굳건한 진리 체계와는 달리, 어떤 가치관이 옳은지,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것은 : 설령 어떠한 진리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명확히 알 수 없으며, 실제로 논란이 많은 경우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가치관을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포용하기보다는 비판적 고려 후에 수용해야한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생때 충실한 기독교 신자이셨던 여러 선생님들을 생각해본다. 

─ 생명과학2 교과에서 진화론 말고 창조론 가르치신 선생님 (이점이 악명높아 생2 듣기를 포기했다)

─ 성경의 말이 옳다며 블랙홀 관측 등 현재까지의 과학적 진보를 열심히 부정하시던 영어 선생님

 

관점의 다양성은 여럿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 계속 강조하지만 그것이 진리의 다양성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진리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진리와 더 벗어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우리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의사소통 과정은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각각의 전망[관점, 진리로 믿는 것]을 공유하여 우리가 진리에 가까워지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 무엇이 진리인지, 진리에 더 가까운지, 확인할 방법이 없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 이론들이 살아남으려면 수많은 관측 사례와 치밀한 바탕 이론이 있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론 자체에 치명상을 입히고 가라앉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반박 가능성과 반례 가능성을 버텨내야만 한다.

특정 이론만이 참이라거나 하는 결정적인 이유같은건 그닥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슨 이론이든 구멍이 많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과학은 ─ 조금 웃긴 방식으로 공존하기에 알맞다. 

과학적 발견이나 이론이 있으면, 그것을 거부하는 일은 굉장히 쉽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참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잖아!'

'네가 관측을 직접 한거야?' 

그리고 그 빈틈에 종교의 영역으로 끼어들면 편하게 모두 설명되는 것이다. 

 

대개 저런 종류의 논쟁은 무의미한 것으로 모두 유야무야하게 끝나게 되는 것 같다... 

누가 어떤 이론을 제시하든 그게 대충 그럴듯하고, 다들 결정적인 반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들 서로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면 끝나는 편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에 살아가는 각각의 사람들은, 각자가 진리라고 믿는 서로 다른 신념과 지식 체계 아래서 공존하고 있다. 

어설픈, 웃긴 공존이다. 

 

 

 

 

 

이상, 주제와 벗어난 사설이 길었고, 영화 자체에 대한 정론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을 것 같다. 

참고로 좋은 댓글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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