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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瞰] 내다보다/세상의 이야기

사상의 성역화

by 천매 2021. 8. 20.

젠더 이슈 관련해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 있는데 

가령 극단적인 A 사상을 비판하거나, A 사상을 포함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불순한 내용이 포함된 컨텐츠를 비판할 때 

비판에 맞서는 자들이 그것을 'A 사상을 비판하는 형상'으로 돌리어 문제의 요점을 묘하게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대개 페미니즘은 그 자체로만 보면 문제 없는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여겨지고 나 또한 그리 여기는데

다만 일부 진영은 사회 공동체에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는 극단적인 논리를 펴는 경우가 있고

또 담긴 사상 자체는 멀쩡하더라도 표현되는 방식이 도덕적으로 논란될만하거나 불순한 내용을 담기도 한다. 

 

그렇게, 위험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여길 수 없는 컨텐츠를 지적하면 

많은 경우 받아치는 사람들은 '왜 페미니즘을 억압하느냐'는 기본 원리로 회귀하는 전략을 펼치는데 

나는 이것을 '사상의 성역화 전략'이라고 본다. 

 

문제의 논점을 흐리어 '당연한 것을 억압하는 부도덕한 상대측'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하면 

원래의 문제는 사라지고 다른 문제로 이야기가 옮겨가기에 급급한 것이다. 

 

개중의 페미니즘 글들을 검색하면 젠더 논란이 있었던 여러 사례들을 들며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각각 사건들의 진짜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선,

그를 두고 '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감정'으로 치부하는 글이 상당히 많다. 

 

이 전략은 종국에는 갈등을 지속화하고 상호간에 대화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꽤 역겨운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기적인 말일 수 있는데 

 

한편 나는 남녀를 막론하고, 무슨 사상이나 신념을 굳게 가지고 그걸 어필하는 사람과 그닥 가까이 하고 싶진 않다

그 사상이 무엇이 되었든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리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싫다 

나처럼 별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하는게 좋다 

 

특히 모든 문제를 자신이 알고 있는 논리로 환원해서 바라보려는 사람과는 절대로 가까이 하고싶지 않은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피곤하게 들을 논리는 젠더 논리가 될 것이다  

 

 

 

내가 특수한 경우라 그렇지, 내 주위 고등학교 동창들을 보면 죄다 군대에 있는 것인데 

보통 입대 몇달 전부터 ─ 혹은 일이년 전부터 수많은 애들이 그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것을 보았다 

정신병으로 고생하는 애들, 사실상 몸이 반 병신인 애들도 면제될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모조리 끌려가는 것을 보았고 

그마저도 어중간하게 몸이 아파 4급이 뜨면, 그것도 공익으로 끌려가 노역을 하는 것이다 

나 또한 남자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3년 커리어 쌓을 동안 공보의 혹은 군의관으로 3년 복무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여성 역차별 정책이 논의될 때마다 코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저 "지금까지 계속 현실로써 실현되어온" 차별을 해결하기 전까지

나머지 자잘자잘한 일들은 그닥 논의할만한게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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