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경 ─ 아임뚜렛이라고, 뚜렛 증후군의 환자가 자신의 채널에 영상을 올리며 소통하는 채널이 생겨났다.
나도 고3때 기숙사에서 돌아와 유튜브를 볼 때 간간히 보이던 채널이고, 또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구독도 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명예는 오래 가지 못했는데... 아임뚜렛의 지인을 칭하는 자들이 그가 장애를 앓고 있지 않다는 증언 등을 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들에서도 의심할만한 부분들이 아주 많이 발견되었고, 곧이어 사과문을 올린 후 잠적하는 듯 하였다.
그렇게 유튜브 사기꾼의 대표적인 예로 자리잡게 되었다.
뚜렛협회 등에서도, 장애를 흉내내는 것은 매우 좋게 볼 일이 아니다.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런데 ─ 이후에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가 있다.
이전에 그가 무명 래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랩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렇게 ─ 조금 우스운 형태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도 활동을 나름 지속하는 모양이다.
괘씸타 생각되기도 하지마는, 난 왠지 그의 걸어온 길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알 것 같아서 마구 힐난치는 못하겠다.
물론 그의 잘못이 결코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행적은 많은 뚜렛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더 놀림받게 되기도 하였고, 틱을 앓던 사람들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는 등, 한번에 한국 사회에 크게 나쁜 영향을 파급한 잘못이 있다.
그의 랩을 살펴보면 그의 많은 삶이 녹아들어있다.
그의 지나온 행적에 대한 반성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한탄, 자신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삶의 태도 ─
─ 이런 것들이 괜히 속을 긁는다.
한 사람의 살아온 자취를 알고 난 후에 듣는, 그 사람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꽤 진실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수준급의 실력이고 ─ 나름대로 구독자도 15만명정도 있다.
상당히 인정받는 것 같다.
대략 11년 가까이 무명 래퍼로 전전하며 살아온 후에 ─ 자신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 사회로부터의 격리된 느낌, 그리고 무관심이 어쩌면 한국의 '조커'를 만들어냈던걸까
한편 아임뚜렛으로 사건이 터진 이후 자신은 만인에게 '알려진 자'가 되어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나락까지 완전히 내림박질하여 자신의 비극을 완성시키고
그렇게 스스로 비운의, 대국민 사기꾼이었던, 하지만 진짜 실력파 래퍼로써 어쩌다 보니 전락하게 된걸까.
그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나락으로 내모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래퍼로서의 삶은 전혀 알려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비틀린 길을 선택할 때 비로소 그의 래퍼로서의 삶이 만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악명으로라도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그의 유튜브에 올리는 랩의 조회수는 100을 넘기나 했었을까.
또한 저렇게 처절한 ─ 비열하면서도 그 괴로움과 죄책감이 ─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가사를 쓰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선택에서 말미암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써 마지막 점찍어 진정한 자신을 완성시키고 있는 이 과정은 ─ 매우 아이러니하다.
한편 그가 오늘 낮 쇼미더머니 10 지원을 기약했는데 ─ 쇼미 9때도 지원한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많은 논란에 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중파에 타게 되는 사람이 그런 부정적인 행적을 보였던 사람이라면, 이곳저곳에서 논란이 많을 것이다.
인성 논란, 과거 행적 논란 등으로 자리를 떠나게 되는 연예인, 선수 등이 많은 것을 떠올려본다.
또한 이런저런 스캔들로 사과 영상을 올리고 한동안 회자되며 잠적해야했던 여러 스트리머와 유튜버를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상당히 무거워 논란이 될만한 잘못들도 많이 있지만, 일부 경우 그 아주 옛 행적이 자신의 현재 삶을 규정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크게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현재 그들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비난의 구실이 되는 것에는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무슨 일을 했든, 사람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 설 수 있는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 A와 B가 있을 때, A에게 과거 부도덕한 행적이 있었고 B는 없었다면 이것은 B가 A에 대해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일을 할 역량이 A가 나은 경우에는 생각을 해보아야 할 문제 같다...
과거의 잘못을 구실로 현재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쓰지 않는 것은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가지는 것 같다...
이런 자리에 앉는 사람의 과거 행적을 따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냥 무지성으로 다른 사람이 잘나가는 것이 부러워 억까하는 경우들을 제외하고) ─ 대개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말이 된다. 능력만 보고 사람을 가리면 안된다...
또한 과거 부도덕한 행동과 더 나은 능력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앞선다고 해도, 과거에 부적절한 행동들을 했다는 것이 알려진 채로 공식적인 자리에 선다는 것은 장려할만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걸러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풍양속을 지키는 한편 사회가 굴러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효율성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알려진 자'는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알려진 자로서의 명줄에 큰 스크래치가 갈 수 있게 하는 ─
하지만 애초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런 하찮은 일개 개인의 부도덕에 관심 가지지 않는
그런 식으로, 알려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로 가득한 개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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