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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 즐기다/비문학

상고어의 재구

by 천매 2021. 8. 30.

최근 '갑골음으로 읽는 식민사학 동북공정'이라는 책을 읽고있는데, 매우 재미있는 편이다. 

갑골문의 해석을 바탕으로 상고 중고 한자어들의 음가를 탐색하여, 그것이 현대의 한중일 어휘로 어떻게 변천되어있는지 확인하여 우리 역사를 다시 기술하는 내용이다. (책은 매우 재미있지만, 일반적인 사학계에서 들이밀었다가는 환빠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주 읽기 편한 대화식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재미에 한몫하는 것 같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는 언어를 재구하는 과정더러 '언어과학'이라고 하여, 반박할 수 없는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언어의 재구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수많은 전제조건 하에 음가의 변동 양상을 재조명하는데, 아무리 일반적인 역사언어학의 방법론이라고 해도 그것을 완전히 옳은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일반적으로 역사언어학의 방법론에서는 음가가 발음하기 편하게 이화되는 과정에만 집중하여, 더 복잡해지는 동화의 과정에는 집중하지 않고, 수많은 가능성들을 버린다. 언어를 재구한 것 자체가 그의 주장에 대한 증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나름대로의 설명력을 가지는데, 그 재구한 것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사료나 현대 지명 등에 대한 괜찮은 설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재구의 건전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많은 것들이 맞물리는 과정은 재미있다. 

 

특히 1장에서 [kara]와 관련된 어휘를 드는 것들이 매우 재미있었다. 韓의 일본어 훈음이 から인 것부터, 우리나라 옛 국가들을 지칭하던 단어들의 갑골음이 kara였음을 보이는 과정은 (다소 억지로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볼만한 것이였다. 

 

 

 

다만 이런 연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는데 

고대 사람들에게 오늘날 재구한 그들의 언어를 들려주면 뭐라고 생각할까

https://youtu.be/rZSIvf-YCtA

148세기 한국어 학자 :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와서 21세기의 한국인을 보고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중) 응비안 꾸압 쓰업 크니 따악

 

옛 한어를 이렇게 재구해놓은 학자가 있는데, 일반적인 역사언어학 방법론을 따르면 언어는 발음하기 힘든 음가에서 발음하기 쉬운 것으로 이화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고대의 음은 몹시 복잡한 것으로 묘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어의 음가는 매우 끔찍한 모습으로 재구된다. 

 

고대 사람들을 불러다가 저렇게 말해주면 아마도 자지러지게 웃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기 위해 끼워맞추려다 보니 이래저래 상식적인 선을 많이 벗어나게 되어버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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