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顧] 되돌아보다/언제나의 일146 한계 언제나와 같은 시험기간. 소화기학 중간 시험을 10시간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의대 공부를 할 때 다양한 병의 이름과 특징은 그저 외워야 할 하나의 항목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아무리 정들려 해도 정들기가 어렵다. 공부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은, 일단 시험에 나왔을 때 답을 추려낼 수 있을만한 특징적인 소견들을 줄줄이 외우는 것뿐. 심지어 웬만한 병들은 풀네임도 모르고, 맨 앞 3글자 정도만 따서 적당히 외우는 경우도 많다. 사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나의 태만이 그저 시간이 짧은 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언젠가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장질환(IBD)에 관한 문제를 푼다. 치료법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막히는 부분이 있어 욕지거리를 하며 괜히 인터넷을 .. 2023. 2. 17. 첫 해부실습 후기 ...진짜 사람이구나 2022. 3. 8. 마스터키로도 열리지 않는 사물함 뭔가 좋은 괴담의 도입부가 될만한 표현이다 라든지 출석번호 n번이었던 동기가 사물함이 잠기고는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있다든지 (단, 그 동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개찬되어 있다는 점은 주인공만 깨닫고 있다) 대체로 그런 흔한 이야기와 이어질만한 소재 중간과정은 그렇다 치고 결말은 어느날 기숙사에서 눈을 떴는데 새벽 창문이 열려있었고 책상 위에, 주인공이 사물함에 분명히 넣어두었을 책들이 널부러져 있었으며 뒤를 돌아보았을 땐 (중략) 룸메이트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주인공이 아닌 와 인사하고 아무렇지 않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느낌 2022. 3. 6. 왜 다들 의대 오려 하지 딱히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음...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활자로 된 글과 종이에 박힌 사진이라 이것이 얼마나 벅차는 일인지 감흥이 안오는건가 아니면 앞으로도 본업을 하면서 설레는 일은 없게 되는걸까 막상 병원 앞에서 사람들 오고가는 것을 보아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혹은 내가 이곳에 온 것이, 부모님 말처럼 정말로 모든게 돈때문인가 나도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될까 절대로 그러고 싶진 않다 이 삶 속에서 최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 2022. 3. 3. 무당물 카광 무당빙의 영상들 보고 떠올랐는데, 한국적인 무당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있겠다 한국식 엑소시스트물이 되겠나... 우리나라의 엑소시즘[굿]은 영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달래는 것이다. 없애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때 인간이었던, 혹은 그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 - 심령 현상들의 근거가 되는 귀신들의 뒷배경과, 그들의 전세에서의 삶과 이루지 못한 미련 등을 밀도있게 조명하는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다만 기존에 있는 비슷한 이야기는 너무 많다. (死者의 한을 풀어주는 화소는 너무 흔하다) 2022. 2. 27. 2/26 최근 일과 1. 만남 19일에 서울로 올라온 후부터는, 사람들을 만날 꽤 많은 기회가 생긴다. 친구들도 몇 만나게 되었고, 아는 가족 친척들도 몇 만나게 되었다. 2. 병원 이모부가 그저께 우리 병원 본원에 올 일이 있어서 올라왔기에, 내가 병원 안내를 하고 모셔다 드렸다. 외래를 오게 된 전말을 말하자면 지방 병원에서 뇌영상을 찍었을 때 pituitary gland에 직경 8mm쯤 되는 구체 혹이 발견되었다고 했던 것으로 걱정해서 올라왔다. 상급병원 중 아산병원을 먼저 들렀다 가시긴 했는데, 거기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무작정 괜찮다고만 하여서 꽤나 찝찝해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 있는 선생님께서는 그 괜찮은 이유를 아주 확실하게 설명하셨다. (내가 보호자 대신 들어갔었다) 대충 기억에 따르면, .. 2022. 2. 26. 이전 1 2 3 4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