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가면,
'희다'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 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날고기를 먹더라도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희다'와 '사랑한다'만 있는
그런 꿈의 세상
북극으로, 이정하
※ 짚고 갈만한 사실 : (감성파괴 주의)
북극의 이누이트 언어로 '눈'이라는 단어가 아주 많다는 속설이 있다.
이것은 '문화에 따라 언어가 다르다'의 증거로 한때 널리 쓰여오기는 하였지만, 언젠가부터 진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눈을 나타내는 아주 많은 표현들이 이누이트 언어에 있다.
이것은 이누이트 언어가 가진 포합어적인 성격 때문이다.
포합어에서는 작은 의미를 가진 접사들이 기차놀이하듯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거대한 한 단어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마음만 먹으면 접사들을 잘 오려붙여서 눈과 관련된 수많은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누이트족이 문화에 의해 눈에 대한 다양한 언어표현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인 문장 또한 이누이트 언어에서는 아주 많은 표현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알려진 이누이트 언어의 '눈'과 관련된 속설이, 전해지다 보니 '희다'라는 말이 많다는 식으로 와전되었다.
그래서 조금 완전히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듯한 시가 쓰이긴 했는데... 굳이 신경쓰진 않도록 한다.
전달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감성파괴 글은 접어두었음. 화자의 논리대로만 시를 이야기하겠음...)
북극에서 '희다'는 표현이 매우 많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북극에는 모든 것이 눈이고 흰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극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하얀 빛깔은 가까이 지내는 것이고, 또 그렇기에 다채로운 것이다.
정신과 시간의 방
'그대'와 화자 사이의 '사랑' 또한, 그렇게 다채로운 것이다.
그대와 같이 있을 때 화자는 언제와 사랑과 함께하는 것이고, 그 순간은 모든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자는 다른 것 없이 ─ 그렇게 온통 흰 눈인 세상, 그리고 그대와의 사랑하는 순간. 그 둘만이 오로지 다채롭게 존재하는 곳에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희다는 것은 ─ 그런 단절의 속성을 지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서의 단절은 바깥과의 행복한 단절이다.
단란하고 분위기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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