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에 돈이 좀 더 많이 남아서 e-Book으로 만화를 구입해볼까 생각했었습니다.
적당해 보이는 걸 골라서 시리즈를 구입했는데, 내용물을 열어보니 만화가 아니고 라노벨이었습니다.
(앞으로 주의해야겠습니다)
분명히 유치한 면이 있기는 해도 꽤나 몰입도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난해한 문체 없이 술술 읽히는 편이라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그려나가는 문학작품들은, 작가의 자신의 앎과 자신의 세계관에 대한 숙고와 이해가 작품성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포션빨로 연명합니다!>는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서술과 장면 전환에 분명히 서투른 부분이 있고, 큰 숙고 없었던 것 같은 이세계에 대한 설정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할인이란 개념을 처음보고 신기해하는 거대 상인이 존재하는 게 말이 되나~)
다만, 작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세계 구성에 힘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충돌을 현실 상황에서 밀도 있게 조명하기보다는 내레이터의 사고 내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잘 와닿는 부분은 아니지만,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세력들 간의 다툼이나 관계를 밀도 있고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먼치킨 이세계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도, 주인공이 괜스레 모든 일에 <능력>을 가지고 나서려 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십분 사용하려 하지 않는 점도 꽤 특이한 점 같은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래서 어쩌면 여느 일상물과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에 긴장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 현실 세계의 갈등을 묘사하고 해결되는 과정 자체는 작품에 몰입할만한 중심적인 요소는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카오루>는 제자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랑하고 다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조명의 초점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세계관에서 배경에 무엇이 놓여있는지는 감상자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생각해볼 점은, 만약 주인공이 한 곳에 눌러 정착해버리게 되면, 여느 현대인이 이세계로 전생해서 가게를 차리고 주변 사람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전락해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감상하는 주요 관건은, 바로 그 '안정'의 상태로 들어갈 여지를 거의 주지 않으면서 이곳저곳을 표랑 해 다니는 역동의 과정.
또한 그 과정에서 옮겨온 이세계의 여러 모습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면서도 무심한 듯 대담히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여러 문제 해결 과정에 관여하는 주인공.
그 잔잔한 기대감과 미묘한 불안정감이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요소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비록 내일이 시험이긴 하지만 좋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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